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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정해창 - 한국사단의 지보(至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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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창의 사진 1

 

정해창

 

1. 한국사단의 지보(至寶)

정해창은 학처럼 단아하고 기품있게 생을 살다간 인물이다. 세상의 엄청난 지각변동속에서도 한없이 자아를 성찰하고, 내면세계를 다지면서 초연한 삶을 살았었다. 우리나라가 온통 외래문화의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그는 사진을 통해서 진정 우리의 체질에 맞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실험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었다. 그가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놓은 얼마간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머리를 통해 단순한 감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이 아닌 가슴 깊숙한곳에서 우러나오는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머금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가슴벅찬 감동이 밀려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그의 사진은 인위적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위대한 사진가로 평가받는 경우라도 외국작가들의 사진에서는 어딘지 낯설고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감수성이나 미적감각이 그네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정해창의 사진은 현대사진에서 보여지는 형식과 색채의 현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려 더 강한 미적충격을 전해준다. 그가 사진의 대상으로 삼았던 인물, 풍경, 오브제 등이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대상을 사진으로 전환시키는데 있어 그가 사용한 모든 방법들과 시작(보는 방법)이 매우 독특한것이었고 또 한장 한장의 사진에 웅축되어 나타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한 이웃집 아낙네 오브제의 배치를 통한 상상력의 구현이라는 동떨어진 세계를 오가면서 그가 만든 사진들은 한국적인 미의 표현이 단순한 소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진가의 미에 대한 의식과 이를 현실화시키는 능력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예술사진 또는 예술로서의 사진이 다른 사회적 기능들과 더불어 사진의 한 분야로 존재했고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정해창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그 가능성을 실현한 사진가로 손꼽힐 수 있다.

그 까닭은 예술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사회적 요구가 시대상황에 따라서 변화한다 할 지라도 보다 근본적인 미적 충동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갖는 가치의 영속성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사진은 사라져버린 전통 미의식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깊은 호소력을 발휘한다. 이런 이유로 정해창은 확실히 한국사진계의 보물로 여겨질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1966년에 나온 한 잡지의 글을 빌면 '사진가이며 사진이론가인 유재 정해창씨는 한국사단의 지보(至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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