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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공병국 비정형건축, 상상을 실현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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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건축 전문가를 만나다, 공병국]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기술은 공간과 형태설계에 있어 시간의 효율과 상상속의 많은 그림들을 현실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의 자유로운 건축디자인은 정형화된 건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탄성과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건축형태는 도면작업, 모델링과 같은 설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우선 형태의 가능성은 구조의 해결로 판단되지만 이후 표현방법의 문제는 항상 설계자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시공을 위해 그려내야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형태에 구애받지 않은 디자인을 꿈꾸는 대다수의 건축가들에게 비정형건축설계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들이다. 또한 비정형건축에 대한 인식, 설계·공사비나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의 비정형 건축은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를 통해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정형 건축설계 전문가인 공병국 건축가는 우리나라의 비정형건축프로젝트 현장을 오가며 참여한 몇 안 되는 실무자이다. 그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보다 엔지니어라고 소개한다. 1999년 건축설계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시공현장에서 설계도면이 건물화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며 설계자의도대로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소통하고 있다.

그는 계명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탑 건축연구소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아이건축, 정림건축, WITHWORKS 등과 함께 작업해왔다.

 

@ 2007년 ‘서울파트너스하우스’ 작업 시절(사진왼쪽), 2012년 ‘The Arc,4대강 대표문화관’ 현장(사진오른쪽)

 

Q1. 비정형 건축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건축은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조경, 토목 등을 반영한 종합적 분야이기에 2D로만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3D로 표현하는 설계에 관심이 많았다.

3D로 표현하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3D MAX, RHINO, CATIA, SKETCHUP 등)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의 활용에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비정형 분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되었다.

Q2. 비정형 건축을 실제 가능하게 하는 기술력에 대한 소개

보통 비정형 건축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눈에 보이는 3D 프로그램의 시각적 효과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껍질일 뿐이다.

 

건축행위를 하는 모든 분야(건축, 구조, 기계, 전기, 소방, 토목, 조경 등)를 두루두루 알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여러 분야 설계에 대한 이해가 비정형 DATA에 녹아있지 않으면 그건 시공될 수 없는 그림일 뿐이다.

이는 비정형 건축뿐만 아니라, 정형건축 설계도 동일하다.

정형건축 설계에서 도면에 아무리 많은 선들과 글자가 있더라도, 각 분야 설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 출력되었다면, 공사를 위한 도면이 될 수 없고, 그건 단지 이면지일뿐이다.

 

 

Q3. 설계나 시공 시 비정형부분의 용역비 관련이나 작업과정 등 발주처의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현재 비정형건축의 위치는 어느 정도로 보이는가

비정형 건축의 위치를 설계단계, 시공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설계단계에서는 설계사의 기술력부족, 짧은 설계기간, 낮게 책정된 설계비, 비정형설계의 이해부족 등으로,

같이 참여하여 협업하기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설계사에서는 그림만 그리게 되고, “현장에서 다 알아서 시공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건설사에 넘겨버리는 설계가 종종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설계사무소에서 해결 못하는 비정형 설계를 도면대로 시공만 하는 건설사가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시공단계에서는 건설사의 비정형 시공경험 부족, 여유 없는 공기, 공사비 증가 등으로 비정형부분의 품질이 저하되거나, 비정형부분이 정형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특히, 비정형 시공경험이 부족한 업체의 선정은 공사비, 공사기간의 증가로 직결되어 해당업체의 존폐여부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Q4. 참여했던 프로젝트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1999년 9월에 입문하여 정두홍 무술감독이 의뢰했던 헤이리 마샬아트센터(아이건축), 수원에 있는 화성박물관(정림건축), 서울시장공관이었던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정림건축),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연면적 151,000㎡의 판교이노밸리클러스터(정림건축), 비정형 커튼월의 부산해양박물관(WITHWORKS), 가족과 떨어져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阳)시에서 작업한 선양롯데월드(沈阳乐天世界)(정림건축), ‘나우동인 & SOM’에서 당선된 명동구역 제3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상설계공모의 자문(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주식회사), 대구 고령강정보에 있는 4대강 대표문화관 ‘THE ARC’(WITHWORKS) 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판교에 있는 ‘이노밸리클러스터’ 와 대구에 있는 ‘4대강 대표문화관 THE ARC’ 이다.

우선 판교 이노밸리는 설계 1년6개월, 현장상주 1년6개월 총 3년동안 작업한 프로젝트이다. 규모(6개동, 연면적 150,000m2, 정림건축, KCC건설)가 꽤 커서 실시설계기간에는 건축설계인원만 30여명 가까이 될 때도 있었던 대형 프로젝트였고, 여기에서 실시설계를 총괄하였다. 설계납품이후 현장에서는 설계의도를 시공자, 감리자에게 이해시키고, 돌발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공의 원활한 진행에 협조하였다.

대구 4대강 대표문화관 THE ARC는 ASYMPTOTE의 HANI RASHID가 디자인하고, 로컬설계사인 이가건축에서 인허가를 담당하고, 대림건축에서 시공한 건물로 비정형구조물과 곡면지붕을 WITHWORKS에서 정리하였다. 디자인의 해석은 WITHWORKS의 김성진 소장님께서 하셨고, 나는 6개월동안 현장에 상주하며 엔지니어링을 하였다. 비정형건축물의 시공현장에서는 훨씬 많은 예측불가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관련업체와의 더 긴밀한 협의로 무사히 정리될 수 있었다.

 

Q5.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가

일반적인 건축관련 종사자들은 정형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비정형이라는 낯선 상황에 대한 경계, 정말 가능한가에 대한 의심,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정형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그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들이 많다. 특히, 정말 그렇게 지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은 초기에는 무척 힘이 든다.

그러나, 비정형의 형상이 갖추어져 갈수록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믿고 따라와 줄 때 첫 단추를 끼울 때의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보람이 생긴다.

 

Q6. 비정형건축설계의 가치가 중요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장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심의대상인 건물에 대해서 비정형관련 기술전문가를 심의위원으로 배석시켜 인허가단계부터 관리하면 설계사에서는 설계 때부터 보다 적극적인 비정형건물에 대한 설계가 이뤄질 것이고, 그런 설계가 이뤄지기 위해서 연구-개발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Q7. 건축가로써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은 무엇인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축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누구나 체감하고 있듯 암울한 현 상황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은 오늘 매 순간 주워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검토하고, 협의하고, 정리해서 설계된 대로 제대로 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Q8. 현재 비정형건축에 관심있는 예비 건축설계인들에게

처음부터 비정형이라는 ‘편식’을 하지 말고, 건축에 대한 기초를 탄탄히 다져 ‘뼈대’를 만들고, 그런 다음 비정형분야에서 앞서있는 해외 비정형 건물에 대한 꾸준한 분석과 이해로 ‘살’을 만들고,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시행착오라는 ‘물집’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노하우인 ‘굳은 살’을 만드는 노력을 한다면, 프랑크 게리, 자하 하디드처럼 훌륭한 건축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하고 있는 ‘일련의 건축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다져가는 노력들’을 통해 국내 건축설계의 폭넓은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다양한 건축외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형태의 자유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 비록 기술력과 경험, 그리고 인식의 장벽이 있지만 현재의 시도들이 이러한 장벽을 넘을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보다 내실 있는 설계와 건물이 지어지기 위해서 건축가 스스로 부단한 고뇌와 연구가 필요하겠다.

ⓒ 사진/이미지 제공_비정형건축 설계전문가 공병국

디자인DB - 리포터podium13 - 국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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